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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플러스]〈칼럼〉“교육 여정, 애벌레에서 나비로, 입시에서 학습으로”
24/04/09 14:20 | 겐트대 | View 1177 | Comments 0

[에듀플러스]〈칼럼〉“교육 여정, 애벌레에서 나비로, 입시에서 학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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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학습'과 '공부'에 대해, 전자는 공부를 통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것으로, 후자는 읽기, 암기, 학교 출석과 같은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 구분은 중요한 교육적 통찰을 제공한다. 즉, 공부는 학습 과정의 한 단계이지만, 학습은 정보를 개인의 이해에 통합하여 실행가능한 지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마쳐갈 때쯤 지도교수님께서 학부생 논문을 지도해 주라고 하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학부생과 마주 앉았던 적이 있다. 그때까지 대학-대학원 그리고 박사과정까지 소위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던 내가 갓 20살의 학부생과 가진 3시간 남짓한 대화를 마치며 충격과 당혹감 속에 그 학생에게 물었던 질문은 어떻게 그런 방대한 지식을 가지게 되었느냐는 것이었다. 학생의 답변은 간단했다.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에 다니며 그냥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하고 토론하고, 찾아보고 하며 알게 된 것뿐이라고 담담하게 답변했다. 한국에서 나의 교육 여정은 다른 많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주로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엄격한 공부 일상에 의해 지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종종 교육의 더 넓은 목표를 구름 속에 가리고 학력 취득만을 위한 끊임없는 추구로 축소시킨다.

영국 학부생과의 대화는 한국과 영국의 교육 환경이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으며 영국의 교육은 탐구, 토론, 지식의 실제 적용을 우선시하는 접근 방식에 기반한다는 점에 눈을 뜨게 되었고 공부와 학습의 근본적인 차이가 한 국가의 교육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중요한 깨달음을 가져다주었다.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이 있다. 책 속에는 맹목적으로 줄지어 서로를 짓밟고 상처를 주며 기둥을 오르고, 거칠게 달려가 도착한 정상엔 정작 뭔가 대단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하는 애벌레의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정규 수업을 마친 후 이어 학원으로 향하고, 모든 교육과정이 마치 오직 대학입시를 위한, 입시에 의한, 입시의 것처럼 만들어진 교육풍토 속에 살아가는 우리 대한민국 학생들의 처지를 반영하는 듯하다. 그래서 책의 저자가 애벌레를 닮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올라가는 것만이 꼭 높은 곳에 오르는 길이 아니며', '내 안에 나비가 있을 수 있다는 기쁨에 싸여 다른 애벌레들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그리고 '아름다운 날개를 달고 땅과 하늘을 연결하며 사랑의 씨앗을 나르는 나비가 되기 위해선 애벌레로 사는 것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날기를 간절히 원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입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현 교육제도의 개선과 개인의 전인적 발달을 중시하는 교육 패러다임으로의 전환과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과정처럼 개인의 성장, 타고난 잠재력의 발견, 삶과 학습에 대한 폭넓은 관점의 함양 등을 포괄하는 교육 시스템으로의 우화(羽化)를 촉구하는 것처럼 들린다. 교육은 입시의 압박에 의해 정의되는 좁은 통로가 아니라 호기심과 비판적 사고, 지식에 대한 평생의 사랑을 키우는 변화의 여정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으면 한다.

15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Education'의 영어 어원은 개인의 양육과 훈련을 의미하며, 이는 사회에서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하는 것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발전해 왔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존 듀이와 같은 철학자들은 교육을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추론하고 혁신하며 사회에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과정으로 강조해 왔다.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고민할 때, 우리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목적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입시 공부라는 전통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개인이 자신감, 공감, 지혜를 가지고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폭넓은 학습 비전을 장려하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교육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접근 방식은 개인의 전인적 발달을 위한 필수 요소일 뿐만 아니라 적응력이 뛰어나고 혁신적이며 미래의 도전에 대비하는 사회를 육성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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